말의 내용보다 태도가 중요하다
 다윗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만한 위기가 있었습니다. 나발이라는 사람이 다윗을 멸시하며 자존심을 짓밟았을 때입니다. 다윗은 신경이 예민해 있었는지 위험한 계획을 세웁니다. 부하들을 데리고 나발과 그의 집안사람들을 살해하려 합니다. 만일 이 계획이 실행됐더라면 다윗은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. 하나님이 그를 그냥 두었을 리 만무합니다. 흥분한 다윗을 정신 차리게 한 이가 아비가일입니다. 나발의 아내입니다. 매우 지혜로운 여인입니다. 나중에 나발이 죽은 후 다윗은 아비가일을 아내로 맞이합니다. 

 아비가일이 다윗의 마음에 평정심을 찾게 한 대화는 의사소통의 표본이 될 만합니다. 우리는 보통 훌륭한 의사소통은 말을 잘 하거나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. 그것들도 매우 중요합니다. 화가 잔뜩 난 사람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. 상처를 받거나 고난 때문에 좌절해있는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세우고 살리는 매우 좋은 도구입니다. 어떻게 보면 좋은 성품이란 뛰어난 공감능력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. 

 그런데 말의 내용이나 공감보다 더 중요한 의사소통이 있습니다. 아비가일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. 그것이 무엇일까요? 태도입니다. 

 아비가일은 남편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석게 처신한 것을 압니다. 다윗이 자기 집으로 달려올 것도 예감합니다. 상황판단을 잘 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. 아비가일은 급하게 먹을 것을 준비하여 달려오는 다윗에게로 갑니다. 자기가 나발의 아내라고 소개하면서 시작된 아비가일의 처신과 자세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격해 있는 다윗의 마음을 풀어줍니다. 

 물론 아비가일은 말을 잘 합니다. 남편이 잘 못한 것을 지적하며, 어리석은 사람이라 그렇다고 이해를 구합니다. 물론 용서해달라는 요청도 합니다. 앞으로 큰일을 해야 할 다윗이 만일 나발을 죽인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올무가 될 거라는 조심스러운 충고도 합니다. 그런데 말을 잘 해서 다윗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이 아닙니다. 말보다 태도가 아름다웠습니다. 아비가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윗을 높이고 존중해줍니다. 무려 27번이나 다윗을 “주님”이라고 부릅니다. 자신은 철저히 낮추고 다윗이 화가 난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수용합니다. 다윗이 말을 할 때 중간이 끼어들지 않으며 잘 경청합니다. 그러면서 항상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말을 합니다. 결국 아비가일은 다윗의 혼란스럽고 흐트러지고 분노한 마음을 풀어줍니다. 왜 화를 내냐고 말하지 않았는데 화는 풀립니다. 충고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다윗으로 하여금 중요한 자각을 하도록 이끕니다. 칼을 내려놓게 합니다. 다윗에게 가르치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최고로 잘 가르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. 

 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말의 태도 때문입니다. 역시 말의 내용보다 태도가 중요합니다. 부부싸움을 할 때 말로 따지고 설명해서 설득시키려 해도 소용없는 것은 빈번하게 경험하지 않습니까? 태도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풀립니다.